기분 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

육아 중인 엄마의 기분부전장애 사례 –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trueman-news 2025. 7. 11. 13:57

"나는 좋은 엄마일까?"라는 질문 속 감정의 무게

많은 여성들이 출산 이후 육아라는 새로운 인생의 국면을 맞이하면서 깊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대부분은 ‘산후 우울증’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았고, 출산 직후 찾아오는 감정의 기복이나 눈물, 피로감 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떤 엄마들은 출산 후 몇 달이 지나고, 아이가 돌을 넘겨도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고, 무기력감이 지속되며 스스로를 비난하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기분부전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지속적 우울장애)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주부 ‘정은영(가명)’ 씨의 이야기를 통해 육아 중 엄마가 겪는 기분부전장애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치료와 회복의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본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았으면 행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엄마의 감정 문제를 사소하게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육아 스트레스와 정체성의 혼란, 감정 표현의 억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장기적인 우울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은영 씨는 자신의 상태가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무기력함은 줄어들지 않았고, 아이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보며 더 큰 자책에 빠졌다. 그녀가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산후 우울감’이 아니었다. 이번 이야기를 통해 엄마의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우리가 자주 놓치는 감정의 신호를 짚어본다.

육아 기분부전 장애

 

우울감은 끝나지 않았고,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정은영 씨는 첫 아이를 출산하고 6개월쯤부터 자신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유 없는 피로, 사라진 의욕, 그리고 반복되는 무감정 상태가 계속됐다. 아이가 웃어도 함께 웃을 수 없었고, 하루하루가 버티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누구나 처음엔 힘들다”거나 “아이 크면 괜찮아져”라는 말뿐이었다. 그녀는 그런 말들에 스스로를 더 몰아세우며 ‘내가 너무 약한 건가’라고 자책했다.두 번째 아이를 낳은 후 정은영 씨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감정이 더 무뎌졌고, 일상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와도 아무 말 없이 지나쳤고, 식사도 의무처럼 했다. 그녀는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남편은 아내의 상태가 단순한 육아 피로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유했다. 병원에서는 정은영 씨에게 기분부전장애, 즉 지속적 우울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산후 우울증은 보통 출산 후 6주~3개월 내 발생하고 서서히 호전되지만, 그녀처럼 2년 이상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별도의 만성 우울 상태로 분류된다. 그녀는 치료 전까지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진단은 오히려 위로가 되었고, 드디어 문제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내가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약물과 상담, 그리고 ‘엄마가 아닌 나’로 회복되는 시간

정은영 씨는 우선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치료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약물 복용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담당 의사의 설명을 듣고 점차 마음을 열었다. 그녀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수면의 질이 개선되었고, 아침마다 덜 무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상담을 통해 자신이 느껴온 감정을 정리하고, ‘엄마’라는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정은영’이라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심리상담에서는 그녀가 느꼈던 ‘감정 둔화’의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서 죄책감을 느꼈지만, 실제로는 감정 소진이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상담사는 그녀에게 작은 루틴을 제안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산책하기, 남편에게 감정을 솔직히 말해보기, 감정 일기 쓰기 같은 작은 행동들이었지만, 이 모든 것이 정은영 씨의 회복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치료 3개월 후, 그녀는 더는 감정이 눌린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사람을 만나고, 아이의 웃음에 함께 웃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감정이었다. 그녀는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는 다른 엄마들의 글을 보며 위로를 받았고, 이제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엄마도 감정이 있고,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많은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울고 있는 ‘엄마 자신’의 마음은 점점 고립되어 간다. 정은영 씨의 사례는 기분부전장애가 단순한 육아 피로가 아니라 명확한 치료 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엄마들이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엄마의 우울은 나약함이 아니라, 지나친 책임감과 감정 억압의 결과일 수 있다. 기분부전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병이며, 약물과 상담을 병행할 경우 회복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육아 중인 여성에게는 정기적인 감정 점검과 상담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은영 씨처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용기만 있어도 치료는 시작될 수 있다. 아이의 웃음 뒤에 감춰진 엄마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는 엄마를 ‘슈퍼우먼’으로 만들 필요도,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애쓸 이유도 없다. 육아 중 기분부전장애를 겪는 수많은 여성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어야 한다.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감정을 느끼고 회복할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