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

간호과정 중심으로 살펴본 기분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의 치료 전략

trueman-news 2025. 7. 9. 04:31

간호과정으로 접근하는 기분부전장애의 회복 가능성

기분부전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PDD)는 주요우울장애와 달리 상대적으로 증상의 강도는 낮지만, 최소 2년 이상 지속되며 환자의 삶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만성적 정신질환이다. 환자들은 주로 무기력감, 낮은 자존감, 희망의 부재, 그리고 흥미 상실을 일상 속에서 ‘자기 성격’으로 오해한 채 살아간다. 이로 인해 병식이 부족하고, 도움 요청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은 치료적 개입의 난이도를 높이며, 특히 간호사에게 더 섬세하고 지속적인 중재 전략을 요구한다. 간호과정은 이러한 복잡한 정서와 행동의 패턴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개입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다.

기분부전장애 치료, 긍정 자기진술

 

본 글에서는 간호과정 5단계(사정, 진단, 계획, 수행, 평가)를 중심으로 기분부전장애 환자에 적용 가능한 실질적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간호사의 전문적 역할이 이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간호사정과 진단: 감정 뒤에 숨은 삶의 단서를 읽다

기분부전장애의 간호에서 첫 번째 관문은 정확한 사정이다. 환자들은 종종 자신의 증상을 “그냥 피곤해요”, “원래 제가 이래요”라는 식으로 축소하거나 무감각하게 표현한다. 간호사는 단순한 언어적 보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표정 변화, 말투, 대화의 흐름, 신체활동 패턴, 수면과 식사습관,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 정도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42세 여성 환자가 일상생활은 유지하지만,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지낸다는 정보는 일상기능 저하와 연관된 무기력의 징후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사정 결과를 기반으로 도출되는 대표적인 간호진단은 다음과 같다:

  1. 자기효능감 저하와 관련된 부정적 자기개념
  2. 지속적 피로감과 관련된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
  3. 감정표현의 억제와 관련된 정서적 소통장애
  4. 사회적 위축과 관련된 대인관계 기능 저하

이 진단들은 단순히 환자의 현재 상태를 기술하는 것을 넘어, 간호사가 이후 어떤 방향으로 개입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계획과 수행: 현실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회복의 단계를 설계하다

간호계획은 진단에서 도출된 문제들을 구체적인 행동목표로 전환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SMART 원칙(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levant, Time-bound)에 따라 환자 맞춤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서 표현이 어려움’이라는 진단에 대한 목표는 “5일 이내 감정 단어를 사용한 자기 표현을 1회 이상 시도한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하며, 환자가 실현 가능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수행 단계에서는 간호사가 계획한 중재를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대상자의 반응을 민감하게 관찰하면서 필요시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간호중재에는 다음이 포함될 수 있다:

  • 감정일기 작성 지도
  • 긍정 자기진술 훈련
  • 하루 한 가지 자기돌봄 활동(산책, 기상 후 창문 열기 등) 유도
  • 비판 없는 치료적 대화 제공
  • 수면 및 식사 루틴 정립 보조
    실제로 수행된 예시로, 30대 남성 환자에게 ‘하루 한 가지 자신이 잘한 일 적기’ 과제를 부여했을 때, 처음에는 “없어요”라고 대답하던 환자가 1주 후 “오늘은 늦잠을 안 잤어요”라고 표현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간호사는 작고 구체적인 변화가 스스로 인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이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강화하는 긍정적 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평가와 지속적 개입: 변화의 조짐을 포착하고 이어가다

간호평가는 중재가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판단하는 단계이다. 단순히 ‘계획한 것을 수행했는가’만이 아니라, 정서 표현의 빈도 변화, 일상 기능의 회복 정도, 감정 인식의 수준, 대인관계의 질 등 질적 변화를 포함해 다각도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정표현 훈련 후 환자가 “요즘은 이유 없이 울지 않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서 안정 지표이며, 평가 기록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간호사는 평가 이후에도 중재를 재조정하고, 필요 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기분부전장애는 만성적 특성상 일시적으로 호전되더라도 다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치료적 관계와 일관된 간호 개입이 중요하다. 또한, 간호사는 환자의 변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기변화를 자각하고 수용하도록 돕는 과정을 병행해야 한다. “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인식은 자발적 회복의 핵심 동기이며, 이는 간호사의 일관된 피드백과 정서적 지지를 통해 가능해진다. 따라서 평가는 단순한 종료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으로 간호계획에 통합되어야 한다.

 

 

간호과정은 기분부전장애 환자의 회복 여정을 함께 설계하는 지도

기분부전장애는 외부에서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고통을 가진 정신질환이기에, 단순한 상담이나 약물만으로는 회복에 한계가 있다. 이 질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계획과 꾸준한 정서적 개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 중심에는 간호과정이 있다. 간호사는 사정에서 출발해 진단, 계획, 수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회복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실현시킨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사가 환자의 변화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여유정서적 여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정신간호 현장에서는 기분부전장애 환자에 대한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간호중재 전략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간호과정을 기반으로 한 표준화된 프로토콜 개발과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간호사는 단순한 중재 실행자가 아니라, 회복의 동반자이며 방향을 제시하는 설계자이다. 간호과정은 그 설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도구이며, 기분부전장애 환자에게 있어 간호는 곧 회복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