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

아동의 기분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와 ADHD 혼동 피하는 법

trueman-news 2025. 7. 9. 05:45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과 주의력의 문제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집중을 잘 못하고 산만하거나, 의욕 없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진단명은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다. 실제로 ADHD는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진단이고, 최근에는 진단 도구와 약물 치료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조기 개입이 빠르게 이뤄지는 편이다. 그러나 간혹 ADHD와 유사한 행동적 증상을 보이는 아동 중 일부는 실제로는 기분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린 연령의 아동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감이나 슬픔이 행동문제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두 질환은 전혀 다른 발병 원인과 치료 경로를 가지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 시기의 아이들에게서는 그 표현이 매우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평가 없이 ADHD로 단정지어 버리면 오히려 정서적 문제를 놓치게 되고, 아이에게는 부정확한 진단과 불필요한 약물치료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동의 기분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와 ADHD 구분

 

본 글에서는 아동의 기분부전장애와 ADHD가 어떻게 혼동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두 질환의 증상적 차이와 구분 기준, 보호자 및 교사가 주의해야 할 관찰 포인트를 중심으로 혼동을 피하는 실질적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분부전장애와 ADHD, 왜 헷갈리는가?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집중력 저하, 과제 회피, 짜증스러운 반응, 사회적 위축 등의 행동은 ADHD와 기분부전장애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표면적인 행동만 보고 두 질환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증상의 내면 동기와 감정 기반은 매우 다르다. ADHD는 뇌의 전전두엽 기능 이상으로 인해 주의 집중과 충동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신경발달장애다.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적 말하기 등 행동 양상이 명확하고, 이는 환경에 관계없이 지속적이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기분부전장애는 우울감, 무기력, 낮은 자존감이 장기간 지속되는 정서장애로, 아동의 전반적인 흥미, 감정, 에너지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동은 슬픔이나 무기력감을 ‘짜증’, ‘신경질’, ‘의욕 없음’이라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산만하다’, ‘게으르다’, ‘집중을 못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ADHD로 오진되는 사례가 생긴다. 즉, 정서적 무기력이 주된 원인인데도, 외형적으로 산만하게 보이는 것이 혼동의 핵심이다.

 

 

두 질환의 핵심 증상 비교: 감정 vs 행동

두 질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발생하는 맥락과 아이의 감정 표현 방식, 그리고 시간에 따른 경과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는 대표적인 구분 포인트다.

✅ 주요 증상 비교표

구분 ADHD 기분부전장애(지속적 우울장애)
증상 발생 시기 보통 만 6세 전후 대체로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점진적 발생
주요 증상 산만함, 충동성, 과잉행동 우울감, 무기력, 자존감 저하, 짜증
감정 표현 크게 없음, 정서 변화는 2차적 감정이 주 원인, 우울감 중심
에너지 수준 과잉활동 또는 부주의 상태 전반적인 에너지 저하
학교·과제 반응 지시 따르기 어려움, 즉각적 거부 의욕 부족, 포기 또는 회피
대인 관계 충동성으로 갈등 많음 고립 또는 과도한 위축
반응 양상 자극적, 순간적 감정 폭발 지속적 무기력 또는 분노성 짜증
 

이 표에서 볼 수 있듯, ADHD는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고 행동적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기분부전장애는 정서적으로 깊은 피로감내면화된 감정 문제로 인해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아동이 “나는 못해”, “아무도 나를 안 좋아해”와 같은 표현을 자주 하거나, 실망에 대한 내성이 낮고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면 ADHD보다는 정서적 장애를 의심해보는 것이 타당하다.

 

 

혼동 피하기 위한 보호자의 관찰 포인트와 평가 전략

기분부전장애와 ADHD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행동 평가가 아닌 정서적 맥락 분석이다. 보호자와 교사는 다음과 같은 관찰 포인트를 기준으로 두 질환을 구분할 수 있다.

  1. 감정 반응의 지속성 확인: 아이가 짜증을 내는 빈도뿐 아니라, 그 감정이 몇 주 이상 반복되고, 특정 자극이 없을 때도 지속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ADHD는 짜증이 단기적이고 자극 반응성이 높지만, 기분부전장애는 외부 자극과 상관없이 기분 자체가 지속적으로 가라앉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2. 자기 인식 표현 주의 깊게 듣기: “난 잘 못해”, “어차피 안 될 거야” 같은 말은 ADHD보다는 우울의 언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표현이 반복된다면 정서 평가가 필요하다.
  3. 시간대·장소에 따른 증상 변화 여부: ADHD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일관되게 산만하고 주의가 산만하다. 반면, 기분부전장애는 하루 중 에너지 수준에 따라 증상이 변할 수 있고, 감정적 유대가 있는 환경에서는 일시적으로 활기를 보일 수 있다.
  4. 의도성과 후회 반응 확인: ADHD 아동은 충동적으로 행동한 후 후회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즉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분부전장애 아동은 실수 후 자책하고 죄책감을 오래 지속한다.

이외에도, 진단 전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면담, 정서 중심 관찰일지 기록, 학교-가정 간 연계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정확한 감별이 가능하다. 단순한 설문지 체크만으로 진단을 확정짓기보다, 아이의 감정 맥락을 깊이 이해하려는 관찰과 질문이 필요하다.

 

 

혼동하지 않는 것이 회복을 향한 첫 걸음

기분부전장애와 ADHD는 모두 아동기의 대표적인 정신건강 질환이지만, 접근 방식은 정반대다. ADHD는 행동의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하고, 기분부전장애는 감정의 회복과 정서적 안정이 핵심이다. 그런데 초기에 두 질환을 혼동하게 되면, 아이는 본인의 어려움을 정확히 설명받지 못하고,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받거나 정서 회복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동의 마음은 어른처럼 복잡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관찰과 해석은 훨씬 더 섬세해야 한다. 단순히 ‘산만하다’, ‘무기력하다’는 평가보다, 그 안에 감춰진 정서적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이 진짜 진단이다.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질문하고 기다리는 시간만큼,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의 행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정확한 진단과 회복의 출발점이다.